뚱뚱한 사람과 맛있는 과일

페르난도 보테로의 캔버스에 유채 그림 (1977) 두 명의 뚱뚱한 인물이 좁은 거리를 걷고 있습니다. 검은 양복에 검은 우산을 든 남자는 옅은 갈색 모자를 들어 올리고 웃통을 벗은 채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에게 손짓합니다. 여자는 한 손을 들고 옅은 갈색 모자를 만지려고 합니다. 그들은 1950년대의 콜롬비아 거리에 있습니다.
Fernando Botero – July 20th, 1984, 2142×1675(mm) 출처: National Museum of Colombia, Bogota

구글 아트앤컬쳐를 사용하여 현대 미술 카테고리에 온라인 전시와 여러 작품을 살펴보았다. 여러 작가의 작품이 있었지만 페르난도 보테로의 뚱뚱한 사람이 그려진 그림이 눈에 쏙 들어왔다.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많이 봐왔던 작가의 그림이었기 때문인 듯하다.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에 대한 첫인상은 우스꽝스럽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생 때였다. 그 당시 가족과 함께 페르난도 보테로의 전시를 보러 갔던 일이 있었는데 미술을 잘 알지 못하던 나에게도 보테로의 작품은 충분히 관심을 끌 수 있을 만큼 우스꽝스러웠다. 캔버스 위에는 하나같이 뚱뚱한 사람들이 그려져 있고 대체적으로 명도와 채도가 높은 색을 사용해 하나같이 발랄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의 작품을 보며 그때도 ‘이 사람은 왜 뚱뚱한 사람을 그릴까?’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도, 페르난도 보테로라는 이름은 모른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뚱뚱하게 그리는 작가’라고 말한다면 단번에 어떤 그림을 그리는 작가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풍만한 사람과 큰 동물들로 화면이 가득 차 있다. 사실 나는 뚱뚱한 사람과 동물을 보았을 때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했을 때의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는 사람 형태는 뚱뚱하더라도 비율이 좋은 형태일 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그렇지 않음에도 불편하게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페르난도 보테로에게 ‘왜 뚱뚱한 사람을 그리시나요?’라는 질문을 항상 한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작가는 ‘나는 뚱뚱한 사람을 그린 적이 없다. 다만 색과 양감을 강조하다 보니 그렇게 보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작가는 왜 양감을 강조하여 우리가 보기에 뚱뚱한 사람, 동물 그리고 사물을 그리는 것일까? 그림에서 느낄 수 있는 뚱뚱함, 풍만함, 풍채에서 비롯해 단어로 연상되는 이미지인 여유, 게으름, 권력, 재력을 표현한 것일 수 있고 뚱뚱한 피사체로 화면을 꽉 채움으로써 피사체 안에서의 시선 이동을 자유롭게 해 정적이지만 발랄한 느낌을 주고자 했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왜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을 소비하는 것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사람들이 페르난도 보테로 展을 보고 남긴 리뷰를 살펴보았다.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의도는 사람들이 보테로의 그림을 소비하는 이유와 같은 맥락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리뷰 중 대다수가 ‘뚱뚱하지만 밉지 않고 귀여웠던 전시’라고 말하고 있었다. 사람들 역시 중학생이었던 내가 느꼈던 느낌을 그대로 받은 것이다. 그림에서 느끼는 양감(뚱뚱함)이 밝은 색채와 맞닿아 여유, 발랄 등의 긍정적 이미지를 연상하게 한 것이다.

황금색 액자에 담긴 페르난도 보테로의 바나나 그림. 노란색 배경에 테이블이 있고, 테이블 위에는 천이 덮여 있습니다. 천 위에는 바나나 한 묶음과 접시에 담긴 바나나 몇 개가 있습니다. 테이블 옆에는 의자가 있습니다.
Fernando Botero – Bananos, 1990, 1910×1300(mm) 출처: Museo Botero, Bogota
금색 액자에 담긴 초록색 배경에 다양한 색깔의 꽃다발을 들고 있는 팔 그림. 검정색 정장 소매가 보이고, 꽃다발에서 떨어진 작은 꽃 두 송이가 바닥에 놓여 있습니다.
Fernando Botero – Flores, 1988, 1300×2000(mm) 출처: Museo Botero, Bogota

작가의 여러 작품 중 정말 눈에 쏙 들어온 두 개의 작품이 있다. 하나는 ‘Bananos’, 또 다른 하나는 ‘Flores’다. 이 두 작품을 보며 작가가 강조하는 ‘양감이 하는 역할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한 번에 정리된 느낌이었다. 뚱뚱하고 노란 바나나는 정말 맛이 있을 것 같았고, 다채로운 색으로 구성된 꽃은 내가 손을 건네어 받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 두 작품을 보면서 뚱뚱한 사람을 보고서는 긍정적인 생각이 떠오르지 않지만 뚱뚱한 과일을 보고는 ‘맛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고 풍성한 꽃을 보고 ‘가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작가는 색채와 구성을 통해 양감을 강조하며 현대인들에게 풍만함의 미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위 내용은 2020년도에서 작성했던 자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