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이 7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의료계는 깊은 혼란에 빠졌다. 여야의정 협의체 논의마저 공전을 거듭하며 연내 사태 해결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전공의들은 각자의 살길을 찾아 떠났다. 그렇다면 전공의들의 빈자리는 누가 채우고 있을까? 그리고 일반의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있을까?
대형병원, 간호사 채용으로 빈틈 메우기
대형병원들은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간호사 채용을 늘렸다. 전공의들이 상당 기간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어쩔 수 없이 간호사를 통해 빈자리를 채우려는 것이었다. 특히 최근 간호법 통과로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확장되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일부 의사들은 전공의의 자리를 간호사들에게 내어주는 것이라며, 간호사를 향해 “건방진 것들”이라고 비난하는 등 반발도 있었다.
이렇게 의료계 내부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환자들의 안전과 의료 서비스 질 저하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개원가, 전공의들의 새로운 터전이 되다
수련병원 복귀를 포기한 전공의들은 개원가 등으로 눈을 돌렸다.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한 전공의 수는 한 달 만에 2.7배 증가했다. 정부의 지원 정책보다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의사로서의 자부심 상실이 전공의 이탈의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일반의들의 선택, 종합병원 vs 개원가, 그리고 1차 의료의 중요성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반의들은 어떤 선택을 하고 있을까?
우선 일반의란, 전문의 취득 없이 임상에서 활동하는 의사로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의의 비율은 약 20%로 전문의보다 훨씬 적다. 학력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의 분위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기존 전문의들은 개원보다 비교적 안정적이고 수익성도 좋은 2차 병원의 봉직의의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높은 업무 강도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 불안정한 미래 등으로 개원가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의들이 1차 의료기관으로 향하는 것은 오히려 긍정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1차 의료 중심의 보건의료체계 재정립
이번 사태를 계기로, 1차 의료를 중심으로 보건의료체계를 재정립을 하는 방향도 생각해볼 수 있을 거라 보였다. 1차 의료를 강화하면,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일반의들의 역할을 확대하고, 전문의와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나라 차원에서도 과거부터 시도를 해왔다. 1985년 가정의학과 전문의 배출, 1996년 주치의 제도, 1998년 단골의사 제도 등이 있었지만 모두 참여 부족으로 실패했다.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등 직면한 문제들로 인해 지역사회의 의료 접근성이 중요해지는 만큼 대형병원과 지역사회의 연결 허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1차 의료기관이 될 수 있도록 개원의들이 1차 의료체계 발전에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전공의 부족 사태 장기화로 의료계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의료 관련 이슈들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특정할 수 없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해결이 시급하며, 의료 공백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