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미진진한 한국 정치
작년 12.3 비상계엄 이후 ‘또 다시’ 많은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이전의 대선이나 총선에서는 이렇다 할 큰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비상계엄 이전부터 계속되던 다수 의석당의 행정부를 향한 탄핵 세례와 그로 인한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이고 비정상적인 판단에 의한 비상계엄까지, 점입가경의 상황에 국민 모두 이번 21대 대선과 정치에 관심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 없게 되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왜 많은 사람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부분에서 어떠한 문제를 두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이분법적으로만 바라볼까 하는 점이다. 나만 해도 많은 문제들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곤 한다. 자극적이고 극단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은 효과를 내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 정치 상황은 너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듯하다.

누가 1을 얻으면 누군가 1를 잃나?
정치는 종종 제로섬 게임처럼 비춰진다. 예전부터 언급되는 성평등에 대해서도 남성에게 유리한 어떤 정책이 나오면 마치 여성의 지위가 떨어지는 것처럼 몰아가며 정책을 반대하고 하는 모습에서 아쉬움이 나타난다. 사실 어떠한 정책을 결정할 때 어떤 권리가 제로섬 게임과 같이 누가 1을 얻으면 누군가는 1를 잃는 그런 정책, 그리고 그렇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정책은 잘못된 것이라 본다. 진정한 정책은 상호 보완적이거나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을 지향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정치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제로섬 게임과 같이 비춰지는 것을 원하는 것 같다. 그리고 본질은 건드리지 않고 효용성 없는 수만 채우는 ‘여성 할당제’와 같은 정책들로 표면적으로 여권 신장을 앞세워 표팔이를 하곤 한다. 이러한 정치의 행태는 시민들로 하여금 문제를 단순화하고 상대방을 적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정작 중요한 사회적 논의는 가로막고 불필요한 대립만을 심화시킨다. 이는 결국 사회 전체의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우매한 민중”? 그리고 현재 온라인상의 모습
난 미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똑똑한 사람도 많고 우리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잘나가는 분야가 너무나도 많지만 정말 자본주의, 자유주의의 본토답게 다양한 사람이 많고 교육 수준의 편차가 정말 커서 무식한 사람이 너무나 많다고 느꼈다. 물론 그 또한 그들의 자유고 뭐라 할 것은 없지만,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대부분 중졸 이상의 학력을 가졌고, 그중 많은 사람들이 고졸, 그중에 많은 비율이 대학까지 진학하는 나라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교육이 주입식이고 좋은 교육의 방향이 아니라는 말은 수도 없이 들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 배우는 내용을 심화해 중학교 때 배우고, 그 내용의 심화를 고등학교 때 배우는 우리는 상식의 수준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서 상당하다. 나는 그런 부분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더 다듬어지고 견고해지며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학창 시절에 생각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좋은 재료는 가지고 있고 그 재료로 생각을 키워나가기 더욱 좋은 환경이라고 본다.
하지만 어떤 이슈에 대한 유튜브나 SNS 댓글 등 온라인상의 다양한 반응을 보면, 마치 스스로를 ‘우매한 민중’으로 격하시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높은 잠재력과 현실 행동 사이의 괴리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뛰어난 교육적 배경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공간에서는 감정적이고 획일적인 반응이 넘쳐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표면적인 것에 현혹되지 않기
우리는 분명 수많은 지식을 배웠고 그를 통해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생각할 힘이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표면적인 부분에 매혹되어 그럴듯한 것만 따라가고 자신의 생각에 기준이 없어 이 사람이 말한 게 옳다 생각하면 여기 붙었다가 저기 붙었다가 한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자극적이고 단순한 메시지에 반응하기 쉽다. 정치인들이나 특정 세력은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가곤 한다.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은 세상을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문제의 본질을 가리고 복잡한 현실을 왜곡시킨다. 이런 저런 컨텐츠를 보면 나조차도 휩쓸려 다니지만,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고자 나만의 기준을 잡아나가는 것이다.
다원화된 생각과 낯설게 보기
정치적 구호나 언론의 헤드라인에 휩쓸리기보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며 스스로 판단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좌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여러 가능성을 탐색하는 다원화된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방식이 내가 현재 사회, 문화에 대하여 갖고자하는 태도이다.
현재 한국의 정치 상황은 많은 이들에게 실망과 피로감을 안겨주고 있다. 그렇다고 냉소적인 태도만을 유지하는 것은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좋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표면적인 것에 현혹되지 않으며, 스스로 낯설게 보고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나의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한다. ‘내가 백 날 떠들어도 안바뀐다~’ 하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좋은 말 한 두번만 말해도 현실에 반영될 수 있는 그런 좋은 사회가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