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끝났다? #SOUTH KOREA IS OVER는 틀렸다.

해외 유명 유튜브 채널 ‘kurzgesagt-쿠르츠게작트’가 「SOUTH KOREA IS OVER」라는 한국의 인구 감소 문제를 다룬 영상을 내놓으며 큰 주목을 받았다. 영상은 한국의 유례없이 낮은 출산율과 그로 인해 예상되는 급격한 인구 감소, 초고령 사회 진입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경제적,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매우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2060년에는 인구가 30% 줄고 국민 절반이 65세 이상이 되어 인류 역사상 가장 늙은 국가가 될 것이며, 연금 시스템 붕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한국은 끝났다’는 섬뜩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문제의 쿠르츠게작트의 영상
슈카월드의 해당 영상의 대한 의견

과연 해당 주장은 주장일 뿐일까? 한국의 인구 감소 현실이 심각하며 미래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연금 시스템의 붕괴는 20대 대선 때에도 화두가 되었던 주제이고, 학습 연령 감소로 대학의 정원이 줄고 대학이 문을 닫는 일은 이미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인구 감소 문제를 오직 ‘출산율 저하’라는 하나의 관점에서만 보고 한국의 미래를 단정 짓는 시각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구 감소가 정말 출산율만의 문제이며, 한국은 정말 끝을 향해 가는 것일까?

이 글에서는 kurzgesagt 영상이 제시한 관점에 반박하며, 인구 감소에 대한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인구 변동의 중요한 축인 이민 정책, 출산율 저하의 복합적인 원인, 그리고 가사 분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인구 감소, 출산율만의 문제인가? 시야를 세계로 넓혀야 한다

kurzgesagt 영상은 낮은 출산율에만 초점을 맞춰 인구 감소의 심각성을 부각했다. 그러나 이는 인구 변동에 있어 중요한 ‘이동’, 즉 이민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시각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은 더 이상 과거처럼 고립된 국가가 아니다. 글로벌화된 현대 사회에서 국경을 넘는 인구 이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한국을 단일 민족 국가라는 틀에 가두지 않고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열린 시스템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솔직히 말해, 우리나라가 이민 정책에 아주 친화적이거나 문화적으로 다양한 나라 사람들에게 포용력이 높은 편은 아니긴 하다. 하지만 최근 지방 곳곳 수많은 외국인들이 터전을 잡고 2세를 낳아 생활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그에 따른 정책과 사람들의 인식 또한 변화하고 있음을 체감하게 된다.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출산율 제고 노력과 더불어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통해 필요한 인구를 유입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민 정책은 사회 통합, 문화적 다양성 등 복잡한 문제들을 수반하지만, 숙련된 인력 확보, 노동력 부족 해소 등 긍정적인 효과 또한 크다. 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출산율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인재들을 유치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포용적인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시야를 확장해야 할 때이다.

낮은 출산율, 비난 대신 이해가 필요하다

영상에서는 학구열이나 장시간 근로 같은 사회 문화적 요인을 일부 언급했다. 이러한 요인들이 출산을 망설이게 하는 부분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사실, 이러한 학구열, 장시간 근로,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일 중독처럼 보이는 모습들은 비단 현재 세대만의 문제는 아니고 과거에도 어느 정도 존재했던 한국 사회의 특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어쩌면 고대에서부터 지리적, 환경적인 요인으로 생긴 한반도의 특성일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소 자국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를 서슴지 않다가도, 외부에서 우리나라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면 강하게 발끈하며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곤 한다. Kurzgesagt 영상에 대한 나의 이런 반응도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몇몇 사람들은 현재의 낮은 출산율을 단순히 ‘젊은 세대의 틀린 생각’으로 치부하며 젊은 세대를 비난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심화된 경쟁, 천정부지로 치솟은 주거 비용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 속에서 출산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불안정한 고용 환경에서 비롯된 ‘일 중독’처럼 보이는 모습 또한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왜 많은 사람들이 출산을 포기하거나 미루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사회 구조 개선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출산은 개인의 희생에 의존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지원과 책임이 필요한 문제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성별 기호가 균형을 이루는 저울 위에 남녀가 앉아있는 성평등 개념 일러스트

가사 분담과 독박 육아

낮은 출산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불균형한 가사 분담과 여성에게 집중된 육아 부담도 있다. 영상에서도 전통적인 성 역할을 언급했지만, 이 문제가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물론 내 세대에서는 예전에 비해 가사 분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남녀 모두 가사와 육아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보여지는 객관적인 통계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가사 노동과 육아의 대부분을 여성이 책임지는 구조가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여러 통계 자료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일지라도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가사 및 육아에 투입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2021년 통계는 결혼한 여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이 남성보다 2시간 13분 더 길다고 보여주며, 서울시의 2020년 통계에서는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남성의 약 3.6배에 달했다. 이러한 불균형은 여성이 출산 후 경력 단절을 경험하거나, 직장과 가정 양립에 있어 큰 어려움을 겪게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가사 분담은 단순히 남편이 아내의 일을 ‘돕는’ 차원이 아니라, 가정을 함께 꾸려가는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함께 책임져야’ 하는 문제이다. 성평등한 가사 분담, 직장, 사회 문화가 정착될 때 여성은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부담을 줄이고, 남성 또한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가족과의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다. 이는 출산율 제고뿐만 아니라 여성 경제 활동 촉진, 나아가 사회 전반의 성평등 실현에도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다.

다양한 건물들이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글로벌 빌리지 일러스트
“지구촌”

위기를 넘어 새로운 한국으로 나아가는 기회이다

영상은 한국이 직면한 인구 감소의 심각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했지만, ‘한국은 끝났다’는 자극적인 문구로 어그로를 정말 잘 끌었다. 인구 감소는 분명 크나큰 위기지만, 이는 한국 사회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영상은 한국을 가져와서 말을 시작했지만 말하고자하는 것은 전세계적인 흐름이 그렇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결하는 방식은 모두 같을 수 없으나 전세계적인 인구감소에서 적절한 이동과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끝났다’는 비관적인 시각에 머무르기보다, 현재의 위기를 발판 삼아 모두가 함께 살아가고 싶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논의와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한국은 끝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갈 전환점에 서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지구촌” 이제는 정말로 하나의 마을이 되어야할 때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