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식 문화에 대한 무의식적 추앙에 대하여


최근 유튜브 채널 ‘리쥬라이크’에서 유준이의 육아 영상을 보았다. 엄마가 나가자 오열하다가도 이내 마음을 다잡고 잠드는 유준이의 모습은 너~~ 무나도 웃픈 상황이고 😂 되게 인상 깊었다. 이 영상을 통해 영유아 분리 수면에 대한 생각과 ‘이런 건 서구식 문화인가?’ 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다. 나의 어릴 적부터, 그러니까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를 보냈던 나의 초, 중, 고등학생 시절을 돌이켜보면 서구 문화나 양식은 ‘당연히’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따라붙었던 것 같다. 과거 그렇게 서구의 정치, 문화, 사회를 급속히 받아들이며 성장해 온 우리이기에 어쩔 수 없겠지만, 생각해보면 아쉬운 부분도 많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만연했던 이러한 맹목적 추앙 현상은 현재 우리의 육아 방식, 그리고 ‘영유아의 수면 분리’에 대한 접근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구식’ 문화와 우리나라 문화를 비교할 때 종종 언급되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과한 타인의 시선 의식’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남의 시선을 과하게 의식하며 생활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이 또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과 사회 관계를 형성했으면 서로를 존중해주고 시선을 의식하고 눈치를 보며 행동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정도의 차이일 뿐 서구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부분 한국의 집단주의 관계지향성을 깎아내리는 이러한 말들은 우리가 해당 국가나 민족의 사회 문화를 단편적으로만 보고 뭐라도 아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서구’ 문화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서구’는 대체 어디고 어디까지고 명확한 기준이 없다. 미국인가? 미국과 유럽인가? 유럽이면 서유럽과 동유럽인가? 형체가 없는 용어다. 하지만 또 그만큼 이 부분을 뭉뚱그려 설명할 용어가 없기도 하다.

농산물은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신토불이!’를 외치면서, 왜 자녀의 교육 방식이나 어떤 행동 양식에 대해서는 항상 서구권 국가, 일부 선진국의 일례를 들어 그것만이 좋은 것인 양 포장하는지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아기가 같은 방에서 엄마와 같이 자는 것이 더 안심하고 푹 자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방에서 재우는 것이 더 좋고 멋있는 것처럼 보여지고 느껴지는 것이 아쉽다. 맹목적으로 서구권 국가의 것이 좋다고 생각하며 무작정 일찍부터(6개월) 수면 분리를 시도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적절히 아기의 의사표현이 가능할 때, 그리고 아이가 가정 환경 이외의 사회 활동을 시작할 시기쯤 아이에게 예를 들어 ‘멋있는 아기는 밤에도 혼자 잘 수 있다던데? 우리 00이도 할 수 있을까?’ 이처럼 조금씩 도전 의식을 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아기가 너무 싫어하는데 시도하는 것도 아이에게 못할 일인 것 같으며, 가정 이외의 사회(유치원, 초등학교)에 속하게되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정받고 싶어 자연스럽게 가정환경에서 독립적으로 서고싶어 따로 자고싶어 할 수도 있다.

우리 문화의 현대적인 해석

한국(전통) 문화의 글로벌, 현대화

나의 어린 시절에는 ‘대장금’, ‘겨울연가’ 등 한류 열풍이란 이름으로 간간이 국뽕을 채워주던 콘텐츠가 있었지만, 그것은 동아시아 3국 정도에 머물렀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우리의 문화에 대해 자부심이 있으면서도 서구식 문화, 양식을 좋아하고 최고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던 것 같다. 요즘에는 K-pop을 중심으로 뭐든 K자를 붙이며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등 각종 문화사업에 대한 많은 부분을 글로벌하게 인정받고 있다. 내가 생각했을 때는 지금까지의 K-시리즈는 서구식 문화를 받아들여 우리식으로 해석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서구식을 우리식으로 변환하는 방식이 아닌, 우리식의 문화를 서구식(글로벌화, 현대화)으로 해석해 내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 아닌가 싶다. 지금 딱 생각나는 대표적이고 극단(?)적인 예시로는 송소희의 ‘Not a dream’이 아닐까 싶다. 송소희라는 젊은 예술가가 어릴 때부터 전통 문화를 갈고 닦고 그것을 현대식으로 해석한 이 노래는 현재 많은 인기를 몰고 있다. 이렇게 우리 것도 K 붙이는 거 지겹다고 국뽕 지겹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 우리 문화를 존중, 발굴하고 적절히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이 잘하는 것

문화라는 부분에 한해서 나는 일본이 잘하는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본인들을 별 것이 아닐 수 있는 문화의 하나하나를 이름을 붙여가며 홍보하고 하나의 상품화를 이루어낸다. 더 나아가 별것도 아닌 것을 뭐라도 있는 것마냥 포장하는 것도 잘한다.(고급화랄까,..?) 예를 들어 물에 밥 말아 먹는 것을 ‘오차즈케’라고 엄청난 음식인 것마냥 포장하는 게 신기하고 생각하는 게 다르구나 싶다.

일본은 너~무 나가서 본인의 것도 아닌 것을 본인들 것으로 포장도 하기도 하고, 이런 문화적으로 수구적인 면모로 인한 부작용으로 IT 분야의 갈라파고스화 같은 부정적인 면이 도드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참고하여 적용시킬 요지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육아를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맹목적인 서구 문화 추종을 지양하고, ‘서구’의 문화든 ‘전통’ 문화든 항상 낯설게 보며 주체적인 시선으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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